독일 베를린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도움을 준다 했지만 서류 준비는 본인이 해야 하니 하나씩 챙기고 있었고, 결국 혼자 모든 것을 처리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대부분 독일 입국 준비로 마음고생 많으실 텐데, 단계별로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분들의 블로그 또는 다음 제 글(맨 아래에 링크 있어요)을 참고해 주세요.
Intro. 일단 마음 준비부터.
예약 Termin 문화
우리나라는 관공서나 은행에 가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지만, 독일에서는 미리 온라인으로 방문 날짜와 시간을 예약한 후 예약 시간에 방문하여 예약번호가 호출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입니다. 물론, 예약한 시간에 호출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예약 잡기가 예전 수강신청에 비교도 안될 만큼 어렵지만 또 어찌어찌 되긴 합니다.
케바케 문화
독일 관련 블로그 후기를 보면 ‘케바케’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민국이나 여러 곳에서 담당자마다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고, 소요 기간도 다 달라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저는 유럽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근무해본 적이 있는데요, 그 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냥 ‘이 정도는 되겠지’라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칙에서 조금도 어긋나지 않겠다’라는 성향을 가진 사람도 있는 거죠. 그냥 이 사람이 안된다 하면 다른 사람한테 가서 시도해 봐요. 아, 물론 독일은 ‘예약’이 너무너무 힘들지만 앞에 썼듯이 또 어찌어찌 되긴 하니깐요. (토닥토닥)
우편 문화
독일은 아직 우편을 많이 사용해요. 내 앞으로 오는 편지를 목 빠지게 기다리게 됩니다. 그리고 신청한 것을 잊었을 때쯤(= 자포자기할 때쯤) 우편물이 하나씩 와요. 12일에 작성된 편지가 23일에 도착하더군요. 근데 웃긴건 멤버십 카드나 뭔가 ‘소비’ 관련 우편물은 비교적 빨라요. 이미 앱으로 쓰고 있어 필요도 없는데 말이죠.
독일어(또는 번역 앱) 필수
타국에서 살게 되었다면 그 나라 말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어쨌든 영어 웹페이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그저 반가워요. 그만큼 드물어요. 번역 앱은 무조건 필수입니다. 구글님, 감사합니다.
그동안 필요치 않던 종류의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다음, 어떤 비자를 어떤 방식으로 받을지 선택해요.
필요한 비자
타국에서 근무를 하려면 비자가 필요하죠. 독일 내 두 관청의 승인이 필요한데,
1) 일을 하기 위한 것이니 노동허가(노동청 승인)가 필요하고, 2) 이에 따른 체류에 대한 체류허가(이민국 승인)도 받아야 해요. 블루카드는 노동+체류허가라 보면 됩니다.
블루카드 취득 방법
독일에서는 (사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노동허가 없이 근무를 시작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한국 국적자가 블루카드를 취득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일반 취업비자도 취득하는 방법은 아래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면 됩니다.
A. 주한독일대사관(또는 타국 독일대사관)에서 취업비자 취득 → 독일 입국 후 블루카드 취득
이 방법의 장점은 독일 입국 후 이미 받은 취업비자 기간(보통 3개월) 동안 합법적으로 일하면서 주거지를 찾고, 정식 비자 예약을 잡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블루카드를 신청할 때 일종의 임시 허가(Fiktionsbescheinigung)를 받으면 체류허가증(플라스틱 카드)을 받기 전이라도 독일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갈 수 있어요.
하지만 어차피 독일에 도착한 다음, 비자 신청 예약부터 모든 과정(아래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즉, 비자를 2번 발급받아야 하는거죠. 번거롭지만 확실하고 입출국이 자유로워 많은 분들이 이 방법을 택하시는 것 같아요.
B. 독일에 관광비자로 입국 후 블루카드 취득
블루카드 조건에 부합한다면 비자 신청일에 바로 근로가 가능하다는 문서를 받게 됩니다. 즉, 비자 신청 예약 성공만 한다면, 이제 다 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비자 신청 후에는 근무를 하면서 주거지를 찾으면서 체류허가증(플라스틱 카드)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다만 Fiktionsbescheinigung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요. 받으신 분 후기도 있던데, 결론적으로 저는 발급을 안 해줬어요*. 실제 베를린 홈페이지에도 관광비자로 입국한 사람에게는 발급이 안된다고 나와 있어요. 한 번이라도 독일 거주허가 승인을 받은 사람에게만 발급되는 것이 원칙이래요. 이런 것까지도 케바케
* 자세히 말하자면, 심사관이 "난 발급해줄 수는 있는데, 그거와 별개로 다시 독일 입국할 때 입국심사관이 입국 승인안해줄 가능성이 있어. 나중에 필요하다면 그 때 나한테 메일 보내." 라고 했어요.
즉, 체류허가증(플라스틱 카드)을 받기 전까지는 독일 밖으로 못 나갈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그래도 꼭 비자 신청 후 독일 밖으로 나갈 일이 있다면, Fiktionsbescheinigung 발급이 가능한지는 물어보세요. 물어본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니고 또 해줄 수도 있으니까요. 케바케!
블루카드 3일만에 받기
각자 상황에 따라 좋은 방법이 다르겠지만, 저는 B 방법을 선택하여 독일 입국 후 3일 만에 비자 신청을 끝냈어요. 토요일 입국, 월요일 주거지 등록, 화요일 블루카드 신청을 마쳤지요. 블루카드나 일반 노동비자(취업비자) 신청 과정은 거의 같아요. 관건은 '예약일'을 빨리 잡는 것일 뿐. 저 같은 경우 3일은 그냥 비자 예약 사이트에서 새로고침만 눌렀던 것 같아요. 기계가 아닌지 증명하는 테스트 같은 것도 많이 했고, 나중에는 너무 많이 시도했다며 1시간 동안 접속이 불가능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빨리 해치우고 싶어서 예약에만 집중했더니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에 일단 가서 비자 신청을 시도(취소표 노리기)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개인적으로는 비자 신청 및 주거지 등록 예약일을 먼저 잡고 나서 독일로 입성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예약 취소표가 언제 나올지, 그 취소표를 내가 잡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숙박비와 생활비는 계속 나가고, 무엇보다 해외에 나가서 그저 새로고침 버튼 누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즉, 비자/주거지 등록 예약일을 잡고, 그 일정에 맞게 비행기표 및 숙소를 예약한 다음 독일로 입성한다면, 시간 절약도 되고 정신적으로도 덜 피폐해집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그저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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