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수학자님 서울대 졸업식 축사가 마음을 울렸다.

 

 

요즘 같은 시대에 글을 읽고 마음이 울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 어떤 지식을 알아내기 위해 글을 읽기에 마음까지 동요할 여유는 없었고

나 글 좀 쓰지? 를 스스로 잘 알고 있고 더 보여주고 싶어하며 타자를 치는 글쓴이의 모습이 상상되어 감동이 멈춘 적도 있었다.

 

오늘 우연히 허준이 수학자의 졸업사를 보면서 이 분은 정말 진정한 학자구나 싶었다.

이제 마흔이 되신 분이 어떻게 인생의 풍파를 다 겪은 백발 노인 철학자가 할 법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논리적으로, 읽기 좋게 적어내려갈 수 있는 것인지.

예전 철학자들이 수학도 하고 천문학도 했던 것처럼 학문의 끝은 결국 통하는 것인가. 

이런 좋은 글을 한글로 의미 하나하나를 느끼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오늘도 내일도 타인과 나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고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다가 아쉬움 없이 삶의 끝을 마주하고 싶다.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
타인을 내가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먼 미래의 자신으로,
자신을 잠시지만 지금 여기서 온전히 함께하고 있는 타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주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까, 아직도 계속되는 질문에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