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시작

어렸을 적부터 일기를 꾸준히 쓰는 편은 아니었다.

회사 생활을 하고부터는 더더욱 일기를 쓰기 싫었다.

짜증 나고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과의 하루를 보내고

그것을 다시 기억해내어 기록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다 기분이 좋았던 어느 날 간단히 몇 마디 적었던 적이 있다.

동료들과 그 기쁨을 나누면 좋겠지만

일부는 같이 기뻐해주고 축하해주더라도

나의 기쁨이 누군가에게는 괴로운 일이고 질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느껴왔다.

그래서 좋은 일이 있어도 '휴 다행이다' 정도로 억눌러야 했다.

그런데 그 날은 좀 더 기분이 좋았던 같다.

그래서 몇 마디 끄적였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그냥 소소하지만 기분이 괜찮았던 날도 기록하기 시작했다.

'A랑 회의하는데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다행이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실 이건 일기도 아니고 메모, 끄적거림이긴 하지만.

 

어느 날 무심코 적었던 글들을 쭉 훑어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날들이 많았네

 

언젠가부터는 기분나쁜 날들도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구' 때문에 '무슨 일' 때문에 기분 나빴는지는 자세히 적지는 않았다.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저 세세히 적기 싫었을 뿐.

그냥 '저 인간은 왜 저러고 살까.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길래 저렇게 매사 삐뚤어졌을까'정도로

느낌만 적었다.

 

그러고 나서 몇 년은 정말 바삐 지나갔다.

그래도 기쁜 일들이 있어서 가끔 일기를 적었는데 그때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기분이 좋았던 날들의 기록은 고스란히 그때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데
기분이 나빴던 날들의 글들을 보면서도 왜 기분이 나빴는지 기억이 안 났다.

자세하게 적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날 그렇게 기분이 나빴어도
시간이 좀 지나면 별 것 아니게 되는 것이었다.

 

 

이때 '기록'이라는 것에 대해 재미를 느꼈다.

일기는 계속 daymore 앱에 적고

건강, 돈, 정보에 대해 알고 있거나 공부한 것들 중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내용들은 블로그에 적어보기로 했다.

내가 공부한 것을 정리하다 보면 내 나름의 식견이 되겠고

그것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또 소소한 단 몇 천원이라도 돌아오는 선순환도 만들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