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운동, 그냥 몸 움직이기조차 싫어했지만 희한하게 필라테스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몇 년간 지속해온 분들에 비할 바 안되지만
초심자를 갓 벗어났지만 아직 능숙하지는 않은 수준의 사람의 소회가
오히려 초심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적어봅니다.
즉, 이 글은 필라테스 좀 했다 하는 분들이 아닌, '필라테스 해볼까?' 하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 운동 기간
'19년부터 '20년까지 그룹 수업은 드문드문 받으면서 중간에 개인 수업 3개월도 받았고
'21년 이후 개인 수업 진행 중입니다. 매주 규칙적으로 수업을 듣지는 못했어요.
▶︎ 효과
키가 1cm 컸어요!
운동안했으면 모르고 살았을 소중한 1cm.
굽어있던 것이 펴진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싶어요.
평소 구부정하게 있다가도 어느 순간 바른 자세로 고치려고 한다.
저로서는 이게 제일 신기하고 좋아요. 내 뇌가 '바른 자세'를 기억하고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다니!
구부정하게 수십 년 살아온 것을 고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바른 자세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기하고 만족스러워요.
그리고...
살도 좀 빠졌고(1.8kg) 골격근량(20.2kg → 22.0kg)이 늘었다고 나왔었습니다.
식사량을 늘리면 체중은 왔다갔다 하는데, 골격근량은 21kg 대를 유지중입니다.
▶︎ 그룹 vs 개인 수업에 대한 생각
당연히 '개인' 수업이 내 몸 맞춤형으로 다양한 기구를 사용하여 진행되므로
더 좋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직간접 경험상 50분에 6~7만원의 가치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에요.
필라테스 인기가 계속되고 센터도 많아지는데 가격이 하향 평준화되든지
강사분들의 실력/집중도가 상향 평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소명 의식이 있는 분들도 계시는데
아닌 분들도 봐서 초보가 '강사'를 잘 선택해야 하는 진입 장벽이 있는 것은 사실이구요.
개인 수업을 받다가 그룹 수업과 병행하는 것도
비용 절감 및 다양한 강사분들 만나볼 기회라 생각하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 강사와 계속 vs 여러 강사에 대한 생각
그룹 수업은 강사 선택권이 없으므로 개인 수업에 한해 이야기하자면,
내 상태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수이므로 별 문제가 없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는 돈 때문에
너무 자주 바꾸는 것은 당연히 시간 낭비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여러 분을 만나보게 되었는데 장점도 있었어요.
1) 같은 동작이라도 강사마다 설명하는 방식이 다르더라구요. 예를 들면:
A 강사는 힘을 어떻게 줘야 하는 지를 잘 설명하고
B 강사는 근육의 위치를
C 강사는 이 동작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잘 설명한다.
셋 다 잘하는 강사분도 있겠지만 그러면 너무 설명만 듣는 이론 수업이 될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몸치인 저도 셋을 잘 조합해보니 그럭저럭 해낼 만하더라구요.
2) 내 상태에 대해 문제라고 지적하고 강조하는 부분이 다 다릅니다.
즉, 강사마다 꽂히는 게 다 다른 것 같습니다.
다리가 휘었다, 햄스트링이 짧다, 허리가 일자다, 등이 굽었다 등등...
다 문제점인 것은 맞고 오랜 기간 운동하다 보면 언젠가는 하나씩 배우겠지만
현재 강사분과는 a를 고치기 위한 운동을 하고
집에서는 다른 강사분이 강조했던 b를 위한 동작을 하곤 합니다.
▶︎ 모던 필라테스 vs 클래식 필라테스
이 둘의 차이에 대해서는 뭐 검색해보면 주르륵 나올 테니 패스.
수업마다 몇몇 동작은 계속 반복하게 되는데 점점 동작이 나아지는 것을 보면서
성취감도 느꼈고 제대로 된 클래식 필라테스 강사분을 만나서 또 배워볼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던 필라테스에 비해 클래식 필라테스 센터는 거의 없고
뿌리는 어차피 같은데 굳이 찾아가면서까지 배울 정도는 아닐 것 같습니다.
▶︎ 결론! 센터와 강사 선택 방법
먼저 센터는 집 또는 회사에서 가깝고 내 마음에 드는 시설을 골라야겠지요.
'다이어트 효과'를 유독 강조하는 센터는 피하구요.
제대로 된 필라테스 강사라면 다이어트만 강조할 리 없지요.
각종 할인 이벤트도 잘 활용하면 좋겠지만 '나'한테만 주는 혜택은 없는 것만 알면 될 듯 합니다.
강사 선택은 너무 어렵죠.
체험 수업은 일단 다 잘해주겠지만, 그래도 첫날부터 뭔가 느낌이 안 맞으면 패스해야 합니다.
뭔가 거절하기 어렵게 만들던데, 내 돈, 내 건강을 생각하면 잘 맞는 분을 만나야 하잖아요.
그리고 회원들이 동작을 잘 못 따라 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낌새가 보이거나
설명을 모호하게 한다면 피해야 합니다.
제가 만난 어떤 강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만 했었죠.
그 강사가 한 말 중 제일 웃겼던 말. '이게 왜 안되지. 펠빅을 잘 쓰실 줄 알아야 해요'
참고로 다 아시겠지만 펠빅(pelvic)은 '골반'을 의미하죠.
골반을 잘 쓸 줄 아는 방법을 배우러 간건데 이게 무슨 말인지.
당시 특가(라서 환불이 안 되는) 그룹 레슨이었는데 옆에 있는 분의 동작을 보면서 따라했죠.
이렇게 길게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 인생에서 이렇게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적이 거의 없는데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필라테스 덕분에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되었고 만족스럽습니다.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다들 좋은 강사 만나서 건강해지시길 바래봅니다.